영알 하늘억새길
1. 언 제 : 2022. 9. 11(일)
2. 걸은 길 : 배내고개-배내봉-간월산-신불산-영축산-단조늪-청석골-태봉버스정류소(15.90k, 6h 50m)
추석연휴 3일째, 날씨가 쾌청하지 못하다.
이런 날씨에는 운해 휘몰아치는 억새 길을 무념무상으로 걷는 것도 괜찮겠다.
배내고개 주차장은 차들로 가득하다.
컨디션 조절을 하며 계단을 천천히 오르니 배내봉 샘 주변에 물봉선이 지천이다.
30여분 지나 능선에 이르니 저 마치 능동산 너머로 구름이 내려앉는다.
재악산 사자봉과 수미봉에도...
간월산 정상과 신불산 정상에도 ...
처음부터 조망은 기대하지 않았다.
추석 연휴라 산을 찾은 사람들이 많다.
간월산까지 앞서거니 하던 인상 좋은 산객이 말을 건넨다.
시살등에서 태봉마을 버스종점으로 갈까합니다.
그 산객은 저와 함께 동행을 하고 싶어 한다.
간월산에서 간월재로 가는 운무 가득한 능선에서
젊은 여성분이 길을 비켜주며 인사를 건넨다.
달콤한 자판기 커피가 생각난다.
휴게소에 들어가니 커피 자파기가 사라졌다.
신불재로 향하는 데크가 새롭게 단장을 하였다.
전망 데크에서 잠시 간식으로 에너지를 충전하고 길을 이어가니
간월산에서 만난 여성분이 앞서 간다.
여성분과 대화를 나누시던 동행하던 산객이 나에게 제안한다.
오늘은 시살등까지 가지 말고 영축산에서 하산하지요?
통 성명도 안했는데 내 얼굴엔 세월의 흔적이 많이 보이나 보다.
형님이란다. 웃으며 그렇게 하겠습니다.
여성분은 지난 4월부터 산행을 시작하여 한참 영알에 관심을 갖고서
배내고개에 주차해 두고 영축산에 갔다가 다시 되돌아간다기에 쉬운 길을 안내하기로 한다.
영축산 정상에도 많은 사람들이 찾았다.
통 성명도 하지 않은 낮선 세 사람은
마치 오랜 옛 친구처럼 다정하게 대화를 나누며
단조늪 방화선을 지나서 청석골로 향한다.
태봉마을 버스시간 때문에 자주 시계를 보지만 걸음은 느리다.
예전에는 가을 날, 여기 종점에서 석남사까지 지원버스가운행되었는데...
은근히 기대를 하면서 걷는다.
그러나 정류소에는 버스시간표도 없다. 그냥 기다린다.
십수 분이 지나니 정류소에 검은색 SUV 한대가 멈춘다.
오늘 함께 걸었던 산객의 친구 분이다.
그분의 배려로 버스종점에 있던 산객 5명 모두 배내고개로 편하게 갈수 있었다.
이런 게 인연이겠다.